[톡Talk] 4차 산업… 혁명일까? 아닐까?

Posted by 그린밤비 on 토요일, 3월 03, 2018 with No comments

솔직히 전 4차 산업이란 얘기를 듣고 나서야, “그럼 그전에 2차, 3차가 있었나?” 하고 궁금함을 가지게 됐었습니다. 1차 산업 혁명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이니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요.

그리고 이 궁금함은 또 다른 궁금함으로 연결됐습니다. 1차, 2차 산업혁명이야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니 체감을 못했다고 쳐도, 90년대에 본격화된 3차 산업 혁명은 왜 혁명이라고 느끼지 못했을까 말입니다.

단순히 제가 시대 변화에 둔감해서라고 치부하기엔 스스로 좀 자존심(?)이 상하니, 어쩌면 사람들이 "혁명"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치 포털싸이트 어뷰징 뉴스 제목의 “충격”, “이럴수가~” 라는 단어처럼 말이죠. 4차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실리콘밸리에서도 4차 산업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도 한 몫 했구요.

이러한 연장선에서 4차 산업 혁명도 그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단어가 아닐까라는 삐딱한 생각을 품고 4차 산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그리고…지금 저는…
4차 산업만큼은 반드시 "혁명"이란 단어를 붙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글은 이 결론에 대한 제 논리입니다.


1차 산업 혁명!

혁명(革命)은 “하늘의 명을 바꾼다” 라는 것으로 그 방식이나 구조,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근본적인 변화라는 것은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크게 충돌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기존 것들은 순식간에 사회에서 잊혀지게 됩니다. 전 이것을 “파괴적인 변화” 라고 부릅니다.

가장 드라마틱한 예가 바로 1차 산업 혁명입니다.
증기 기관이 나오기 전의 사회는 "가내 수공업’이 중심이 된 지역 단위의 소규모 경제 체제였습니다. 그러다 증기 기관이 나오면서 기계화된 공장이 세워지고, 증기 기차를 통해 물류가 형성되면서 기존 가내수공업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증기 기관이 나왔다는 사실은 단순히 제조업이 기계화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시발점으로하여 사람들의 일상은 공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고, 사람들은 마치 공장의 부속품처럼 여겨지게 됐으며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에 대한 노동 착취는 갈수록 심해지는 등 전방위적으로 사회, 산업, 직무, 고용 방식에서 파괴적인 변화가 잇따르게 된 것이죠. 이러한 파괴적인 변화는 정치 체제에서도 "공산주의"가 발현되는 기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혁명이란, 기존 사회 질서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했을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1차 산업 혁명은 "제조업 분야의 기존 질서"를 완전히 엎어버린 파괴적인 변화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변화에 고통을 당했던, 정말 혁명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는 변화였죠.


4차 산업 혁명?

2차, 3차 산업은 그 자체로는 분명 의미가 있는 변화였지만, “1차 산업 혁명과 같이 파괴적인 변화를 동반했는가?” 라는 측면에선 혁명이라 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2차, 3차는 기존 것의 발전과 확장이었지 기존 질서를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고 하기엔 솔직히 너무 평화로웠거든요.

그럼 똑같이 "파괴적인 변화"라는 측면에서 4차 산업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네… 저도 아직까진 혁명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혁명 전, 또는 초기 단계로는 보여집니다. 본격적인 혁명의 그 순간이 오면 기존 질서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은 파괴적 변화에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성은 선진국 일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발전 단계를 보면 농업, 제조업, 서비스 산업 순서로 이동합니다. 한국도 현재는 서비스 산업이 경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대부분 직장인들이 서비스 산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4차 산업의 변화가 선진국에 "매우 위험한 파괴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근거입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 기술의 대부분은 바로 서비스 산업의 파괴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단순히 자동화되고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의 직무가 그냥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서비스 산업 전반이 붕괴되는 것입니다.

챗봇은 상담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자율주행차는 운송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며, 데이터 분석에 의한 객관적 처리는 금융업, 교사, 법률계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넘보고, 블록체인은 중개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노립니다.

물론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며 그 위험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 새로운 일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고도의 숙련된 사람들일 뿐, 현재 해당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언컨데 해당 사항이 없을 것입니다.

증기 기관 기술이 제조업의 질서를 뒤엎은 것이라면, 인공지능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 기술들은 서비스업의 기존 질서를 붕괴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혁명 후 사회, 산업, 직무, 고용 방식 등이 새로운 변화에 맞춰서 적응하는 기간동안 그 충격과 고통은 오롯이 기존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던 사람들이 져야할 것입니다.

일각에선 그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불행히도 신기술에 대한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은 특정 터닝포인트 지점을 딱 통과하면 한순간에 시장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아마 가장 비근한 예가 스마트폰일 것입니다.

또한, 아직 이러한 혁명은 먼 훗날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2010년도에 우리는 폰 하나로 사진 촬영, 음악, 영화 감상, 전화, 메시지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그 당시 국가간 화상통화는 아주 먼 미래 얘기였습니다.

결국 깨어 있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직무가 IT와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일자리에 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변화는 항상 먼저 움직이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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